후지산을 바라보며, 나를 마주하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고요함’에 감탄했던 순간이 있다면,바로 후지산 앞에 섰을 때였다.후지산은 사진 속에서, 그림 속에서 수도 없이 보았지만,직접 마주한 그날의 풍경은 내 모든 상상보다 더 웅장하고, 더 조용하고, 더 따뜻했다.그날, 하늘은 유난히 맑았고, 가와구치호 위로 비치는 후지산의 반영이 잔물결에도 흔들림 없이 단정했다.눈 덮인 후지산 정상은 구름 위로 솟아올라 있었고, 어쩌면 그곳은 신의 자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처음 후지산을 보았을 땐, 그냥 ‘멋지다’는 말 외엔 떠오르지 않았다.하지만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으니, 후지산은 말 없이 내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너는 지금, 어디쯤 서 있니?"여행은 늘 외부를 향해 떠나는 것이지만,후지산 앞에서는 오히려 내면을 향한 여정이 시작..
2025.04.09